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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이별은 선물이다

by 플로브 2026. 9. 14.

 
이별은 선물이다.
 
이별은, 유한했던 사랑이 영혼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다.
 
팔백 일 남짓한 첫 연애의 마침표를 실감했을 때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정신은 반 쯤 나가고 머리는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이별 이튿날, 일정 차 역삼 한복판을 거닐 땐 터져나온 눈물을 멈출 길이 없었다. 비슷하게 며칠을 살며 삼 일 간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그럼에도 배고프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무지막지한 슬픔, 온 몸의 장기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듯한 기묘한 느낌. 그것은 나를 죽이지 못해 기꺼이 살아있는 고통의 상태였으며, 날선 칼날이 내는 표피의 생채기를 반항 않고 모두 받아내는 끔찍함이었다. 온 살갗이 갈갈이 찢기는 기분, 이제는 되려 판타지스러운 감각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후로 수 개월을 보내며 그와의 것들을 정리했다. 간단하게는 추억이 깃든 물건, 휴대폰 속 사진부터 복잡하게는 그와의 애착이나 재회에 대한 희망, 과거 선택들에 대한 허접한 후회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이별과 동시에 찾아온 따스한 봄, 그리고 그가 태어난 계절이 있는 여름을 보내고 나니 삶은 완전한 정상궤도에 올랐다. 더는 그를 그리워 하거나 지난 나와 날들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독히 많이 들어 혐오스럽기까지 했던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완벽히 순응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별은 선물이다. 온 몸이 갈갈이 찢기는 사랑의 마지막 열병을 이겨낸 자만이 누리는 선물이다. 마침내 선물을 소화해내면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내면의 힘을 얻게 된다. 마치 영구 버프를 얻어 체급이 오른 게임 캐릭터처럼, 현실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긴다.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치 않은지,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구체적인 연인의 상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긴다. 이별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세상 만물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며 그로 인한 존재의 소중함 또한 알도록 한다.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다. 이별의 고통은 당신이 우매하거나 미련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모든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진심이었던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 관계를 진지하게 다루는 자만이 가능한 성찰. 당신이 이별로 힘든 만큼, 모든 걸 이겨낸 후에 찾아올 선물을 기대하여도 좋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과 생각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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