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값은 왜 오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대체로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은 경제 불안정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강력한 경제 신호입니다. 즉, 금은 ‘불안의 척도’로 불립니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보다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금값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오르내리지만, 금값이 오르는 주요 이유에 대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 금값이 오릅니다.
경기 침체, 금융 불안정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금값이 상승합니다.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실물 자산이며, 전 세계적으로 양이 한정되어 있어 본래 가치에 대한 손실 위험이 낮고 변동성이 적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다른 금융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금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가 통용됩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거나 금융 위기가 닥치면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주식, 부동산 등)을 팔고 안전한 금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여 금값이 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이 커지며 금값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또한 금은 역사적으로 수천 년 전부터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심리적 신뢰도가 매우 높은 자산입니다.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금 수요가 반복적으로 증가한 경험적 패턴이 쌓이면서, 위기 상황에서 금을 찾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국제 통화 기구(IMF)나 각국 중앙은행도 위기 국면에서 금을 더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여러 신흥국들이 외화보유고 내 금 비중을 확대하며 위험을 분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금이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도 신뢰받는 보호 자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합쳐져 경제가 흔들리면 금값이 빠르게 반응하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②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있을 때 금값이 오릅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화폐 가치가 하락합니다. 이때 금은 물가 상승에 저항하는 성향이 있어서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헤지 하기 위한 자산으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 결과 금값이 상승합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 유동성이 증가하거나 공급망 문제 등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할 때, 투자자들이 금을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매입하면서 금값이 오릅니다.
여기에 더해 금은 본질적으로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금을 새로 생산하려면 광산 탐사, 시추, 정련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실제 생산량도 매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화폐와 달리 공급이 제한된 금은 상대적으로 더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또한 금은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해질수록 실물의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1970년대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도 금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며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금은 인플레이션의 강도와 지속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가격이 변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③ 지정학적 리스크(전쟁, 분쟁 등)가 발생할 때 금값이 오릅니다.
국가 간 분쟁, 전쟁과 같은 정치·지정학적 불안정은 세계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금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금값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등이 발생할 때마다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해 금 시세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값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국제 무역 및 금융 시스템의 교란 때문입니다. 전쟁이나 제재가 발생하면 달러 결제망이 차단되거나 원자재 공급이 멈추는 등 글로벌 경제 흐름이 막히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깊어질수록 국가 간 신뢰가 떨어지고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 이때 금이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금은 어느 나라의 통화 정책에도 종속되지 않고 세계 어디서나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수록 금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됩니다. 일부 국가는 전쟁 대비책으로 금 비축량을 크게 늘리기까지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도 금 수요를 견인하는 요소가 됩니다. 즉, 전쟁 공포 또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단순한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실제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금값 상승을 유발합니다.
④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도 국내 금값 상승을 유발합니다.
금 거래는 달러 기준으로 이루어지며, 국제 금 가격은 ‘1 트로이온스(oz) 당 달러’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양의 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합니다. 즉, 국제 금값이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한국에서의 금값은 오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라고 가정할 때, 만약 환율이 1달러 당 1200원이라면 금값은 약 240만 원이지만, 환율이 달러 당 1,400원일 때는 금값 약 280만 원으로 상승합니다. 국제 금값은 동일하더라도 환율 변화만으로 국내 금값이 40만 원 상승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한국은 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작용합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국내 금 거래소와 유통업체들이 금을 들여오는 비용 자체가 상승하여 도·소매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죠. 또한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주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으로 달러 또는 금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환율 상승과 금 수요 증가를 동시에 자극하게 됩니다. 결국 환율 변동은 국제 금값보다 빠르게 국내 금 시세에 영향을 주며, 한국 투자자들은 금을 매수할 때 환율 변동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